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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 X '무지개신학교' 공동 기획

교회의 문턱

당신의 교회에는 문턱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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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갈 수 있는 교회는 어디일까?'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은 생각했다. 기획단에 뇌병변 장애인으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유진우 씨(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무지개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이 모여 새로운 신학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20년 시작됐다.

진우 씨와 몇 년을 함께하면서 기획단원들은 늘 어디서 회의를 해야 할지,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거리낌없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회는 어떨까?"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었다.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은 예배당 시설을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역사적인 교회와 연합 기관들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를 선택해, 관내 모든 교회 예배당을 모니터링하기로 한 것이다.

교회가 늘 '환대'를 이야기하지만 '그 환대 속에 장애인이 있을까'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진우(무지개신학교 기획단)

<뉴스앤조이>와 무지개신학교는 '교회의 문턱'을 조사해 봤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한 '편의 시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예배당 하나하나를 실사했다.

이 기획의 목적은 편의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교회들을 찾아내 지탄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현주소를 직면하고, 그간 우리가 그려 왔던 교회가 어떤 것이었는지 인식의 저변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어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서울시 종로구 교회 배리어 프리 현황

장애인등편의법에서 규정하는 '편의 시설'의 기준을 교회 예배당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종로구의 교회 114곳 접근로부터 강대상까지의 여정

<뉴스앤조이> 기자와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이 직접 방문하여 조사하였으며, '휠체어 이용자' 기준에 맞추어 결과를 기록함
88개의 교회에서 조건을 거듭하면서 갯수가 줄어드는 모양의 차트
조사한 종로구의 교회114곳
건물까지 접근 어려운 교회38곳
출입문 통과 어려운 교회24곳
본당까지 갈 수 없는 교회3곳
장애인 화장실 없는 교회25곳*
휠체어 이용자가 다닐 수 있는 교회114곳 중 24곳
21.9%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교회는 총 27곳이나, 2곳은 휠체어 이용자의 건물 내부 진입이 불가능함.

장애물 없는 교회 환경을 만들려면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예배를 드리고 화장실에 가는 등 원활하게 다닐 수 있는 교회는 1/5에 불과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문턱'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한 세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종로구 교회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찍은 사진으로 비교해 봤다.

1. 건물 부지 입구

보행로·도로·공터 등에서 건물이 위치한 부지로 접근하는 동선을 의미한다. 건물과 도로 간 높이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는지, 접근로가 미끄럽지는 않는지, 통행에 방해되는 간판이나 시설물은 없는지, 가로수 가지치기 등을 잘 했는지까지도 살펴보도록 규정돼 있다.

교회 건물 출입구 앞에 공터나 주차장이 있는 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턱이 없이 평탄화돼 있지만, 언덕이나 주택가에 위치한 교회나 일부 상가의 경우는 입구에서부터 계단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휠체어 이용자는 교회 건물까지 접근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외부 → 교회 입구 접근이 원활한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2. 출입구(출입문)

건물 입구에서 주출입구(출입문)까지의 출입도 원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출입구(출입문)의 높이 차이를 제거해야 한다. 3cm 높이의 '문턱'만 있어도, 휠체어 이용자는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모든 출입로는 원칙적으로 '주출입구'를 의미한다. 가장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메인 출입로를 휠체어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구조·시공상 곤란하거나 부출입구를 이용하는 게 휠체어 이용자에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부출입구에 경사로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경사로가 있다고 해서 다 원활한 것은 아니다. 경사가 급하거나 경사로 폭이 좁은 경우에는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렵다. 장애인등편의법은 경사로의 기울기를 1/12 이내로, 폭을 1.2m 이상 확보하라고 규정한다.

외부 → 교회 입구 → 출입문 접근이 원활한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3. 건물 내부(복도)

휠체어 사용자의 난관은 본당이 지하 또는 2층 이상 공간에 있는 예배당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승강기가 없다면 사실상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로구에 있는 교회들의 경우, 상가든 자체 건물이든 연식이 오래된 곳들이 많아 승강기가 없는 곳이 상당수였다.

'문턱'은 여기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몇몇 교회는 건물 내부 동선에도 경사로를 설치해 높이 차이를 제거했지만, 그렇지 않은 교회가 더 많았다.

외부 → 교회 입구 → 출입문 → 본당 접근이 원활한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4. 본당

휠체어를 탄 교인들의 예배당 내 위치는 어디일까? 대부분의 교회가 별도의 공간을 두고 있지 않았다. 좌석 한 열이 끝나는 장의자 맨 뒤 같은 '공간'만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부 공간이 넓은 교회들은 본당 한편에 '장애인 전용석', '휠체어 전용석'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한 교회들은 별도로 휠체어가 자리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의자를 몇 개 들어내고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사례 1] 장애인 전용석을 갖춘 경우[사례 2] 장애인 전용석을 갖춘 경우[사례 3] 장애인 전용석을 본당 맨 뒤에 설치한 경우(시야 확보에는 용이하지만, 계단 앞으로 전복할 우려가 있음)[사례 4] 별도의 안내 표시 없이 빈 공간을 휠체어 이용자석으로 사용하는 경우

외부 → 교회 입구 → 출입문 → 본당 접근이 원활한 교회들의 관람석 형태

전체 49

5. 강단

휠체어를 탄 사람이 강단 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교회는 강단이 청중석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청중들이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높이 자체로 설교자의 권위를 드러내기도 한다. 때문에 설교 외 순서를 맡은 교인들은 설교단 아래에 있는 별도 단에서 순서를 맡기도 한다.

청중석과 강단의 높이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한 교회는 2곳에 불과했다.

외부 → 교회 입구 → 출입문 → 본당 → 강단 접근이 원활한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6. 화장실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교회가 많았다.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 종교 시설의 경우도 장애인 화장실 설치는 '권장' 사항에 그친다. 여타 건축물 대부분이 장애인 화장실 대변기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데 비해, 종교 시설은 아무리 건물이 크다 한들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다.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한 교회들에서도 상당수가 이 공간에 짐을 적재하는 등 목적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 대변기를 아예 뜯어 낸 교회도 있었다. 이곳에는 안전 손잡이, 비상벨 등을 설치해야 하고, 세면대 거울은 휠체어에 앉아서도 볼 수 있도록 전면 거울로 설치하거나 상단 15도를 앞으로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7.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현행법상 주차 대수가 10대 이상인 곳에는 출입구 또는 승강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 주차 구역의 폭(3.3m)은 일반 주차 구역 폭(2m)보다 넓어야 한다. 휠체어를 대야 할 공간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닥에는 운전자가 식별하기 쉬운 색상으로 전용 표시를 해야 한다.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표지판도 달려 있어야 한다. 다만 주차 공간이 10대 이하면 장애인 주차 구역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어, 많은 교회가 이를 두지 않고 있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이 있는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8. 승강기

상가에 입주한 교회들은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노후화한 건물이 많은 종로구 특성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가에 입주한 교회는 많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도 장애인들을 위해 갖춰야 할 설비가 있다. 출입문 폭은 최소 0.8m 이상 되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오른쪽에 비상벨이 갖춰진 장애인 조작반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휠체어 이용자가 층수를 선택할 수 없다. 내릴 때 후진해서 빠져나와야 하는 만큼, 거울도 달려 있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교회 중 일부는 엘리베이터 대신 1-2층만 오가는 리프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승강기는 엘리베이터에 비해 범용성이 떨어지고, 이동이 완료될 때까지 누군가 바깥에서 조작 스위치를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승강기 또는 리프트가 있는 교회

*대형 교회 (연면적 500㎡ 이상 종교시설)
전체 114
개척교회들의 역할과 큰 교회의 역할은 달라요. 대형 교회의 역할이 배리어 프리이고, 작은 개척교회에는 그걸 바라기 어렵죠.
A교회(상가 입주) 담임목사

편의 시설을 구비하는 일은 쉽게 자본의 논리로 치환된다. 실제로 종로구에 있는 교회들을 돌아다니면서, 도저히 편의 시설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 있는 교회도 많이 봤다. 편의 시설은 둘째 치고 지형 자체가 휠체어의 접근이 어려운 곳도 많았다.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현실만 인정한 채 아무런 상상력 없이 가만히 있는다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모두 대형 교회만 다녀야 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대형 교회가 아니면 그런 설비적인 문제가 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동시에 '거부감'을 나타내시는 분도 많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장애인이 오면 설비를 준비하겠다'가 아니라 '장애인이 오면 다른 교회로 가도록 인도하겠다'는 분이 많아서 좀 아쉬웠어요.
은연중에 '정상적'인 교인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기독교인으로서 좀 슬펐던 것 같아요.
그림자(활동명·무지개신학교 기획단)
우리가 '문턱 없는 교회'를 찾아다닌다고 할 때, 그 문턱이라는 게 실제 물리적인 문턱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의 문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도 물리적인 시설을 설치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그냥 비워 놓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와 보세요. 우리가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느껴질 수 있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박자연(무지개신학교 기획단)

종로구 교회들의 배리어 프리 현황은 우리가 그동안 어떤 교회를 그려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교회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런 사람은 우리 교회에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너무 자연스럽게 깔려 있던 건 아닐까?

아니, 그런 사람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어떤 목사님이 교회를 개척한다고 했을 때 어떤 교회가 될 것인지 그려 보지 않겠어요? 그 모습이 신체 건강한 사람들만 모이는 교회인가요? 뭐 그렇다면 편의 시설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러나 정말 소외된 사람들이 와서 하나님나라의 기쁨을 맛보는 천국 잔치가 있는 교회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시작부터 달라질 거라고 봐요.
이계윤(예장통합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
마음이 먼저 되면 그다음에 돈이 가는 거죠. 편의 시설이라고 아주 큰 거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업고 갈 수도 있고 옆에서 붙잡고 갈 수도 있어요. 그게 편의 시설의 시작입니다.
류흥주 목사(너와나의교회)
우리 교회는 어떤지 확인해보기체크리스트를 통해 우리 교회의 접근성은 어떤지 서로 공유해보세요
종로구 교회 배리어 프리 지도 보기지도에서 종로구 교회 베리어 프리 현황을 한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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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획: 구권효·최승현
취재: 구권효·최승현·경소영·엄태빈·나수진
영상: 경소영
제작: 뉴스앤조이, 스튜디오 벨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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